9월이 시작되자마자 바람이 선선해지고
이른 아침과 늦은 밤부터는 바람이 차다고까지 느껴지기 시작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푹푹 찌고 뜨거웠던 햇볕이
이리도 빠르게 태세전환을 하다니!
엊그제 밤엔 정통으로 까였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이제는 느낄 수 있다.
까여야만 희망을 놓는 이 어리석음이란.
남편은 계속해서 말렸지만 나는 나의 고집을 끝까지 꺾지않고
까이고 찢어지고 깨지며 경험해야만 내려놓는 이 고집.
까고 찢고 깨버린 상대방 마음도 속이 속은 아니겠지.
근데 그렇게라도 힘드셨으면 좋겠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되갚음인 것 같다.
알면서도 계속 그랬다.
'내가 이만큼 좋아하는데 안받아줘? 그래, 어디까지 거절하나 두고보자.'
사랑하라며. 서로 사랑하라며. 섬기고 위해주라며.
왜 내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하는건데
왜 마음은 그저 감정으로 취급하는건데
...라고 불쑥불쑥 욱하기도 한다.
그게 당신들의 사랑인가
고고한 척, 신앙심이 깊은 척
꼭 그렇게까지 차갑게 굴어야만 했나
꼭 그렇게 내 사정을 알면서도 나한테 그렇게 매정하게 하셔야했나
꼭 그렇게까지 해서 내 믿음을 시험해야만 하나
사람이 싫다. 나 자신도 원래 싫었는데 교회를 다니면서 바뀌려고 했고 바뀐 줄 알았다.
교회도 다니기 싫다. 나를 온전히 받아주시는 건 말씀이고 하나님뿐이다.
나를 포함해서 사람은 누구도 온전하지 않고 의존의 대상이 아니다.
나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 다만 성도와의 교제는 자신이 없어요.
제가 사랑하면 다 싫대요.
제 진짜 사랑은 그런 모습인데 제 사랑은 싫대요.
거절당할때 제가 가진 믿음과 사랑마저 깨져가서 전 다시 숨을거에요.
그 집사님이 밉지만 미워하지 않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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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끼치게 자꾸 이런일이 일어나는건 하나님의 일하심이 맞나요?
제가 이전 일기에도 썼었지만 왜 자꾸 제가 기도할때 그 사람에게 전화오게 하시고
제가 힘들어서 펑펑 울고있을 때, 위로자를 보내주시고 그러시나요
하나님, 정말 이게 하나님이 저를 위한 일하심이 맞나요?
오늘 오전 저 글을 거의 마쳤을 무렵, 동네에 있는 다른 교회에 다니는 동네 친구이면서
딸 친구의 엄마인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그녀에 대해서 조금 자세히 설명하자면, 우리 교회에서도 만나본 적 없는 동갑친구이고,
이 동네 이사한지 3년이 넘었는데 처음으로 만난 동갑친구이다.
오늘 일기를 쓰며 다짐을 하고 있었다.
주일예배만 겨우 나가고 앞으로 교회활동을 줄여가겠다고 마음을 먹고있던 찰나
그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처음엔 솔직히 말해서 대꾸하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연락이 왔을 때, 한참 늦게 답장을 했다. 이유는 신앙적인 우울감에 사람을 피하고 싶었다.
성격이 급한 나에게 몇분간의 늦은 답장은 오랜 참음이로다.....
그렇지만 의도적인 피함은 양심에 찔리기에 연락을 받았고, 그냥저냥 두루뭉술 잘 넘겼지만
만나자는 친구의 말에 거짓말은 또 못하는 내 성향상 사정을 말해버렸다.
그 말을 들은 친구는 더더욱 혼자 있으면 안된다며 귀신에 놀아나지말고 이겨내야한다고
나를 기어코 불러냈다. 나에게 너무 노력하는 친구를 거절하기는 너무 어렵다.
친구를 만나 그간의 일들을 얘기했고, 친구는 나를 안타까워했다.
믿음 생활은 공동체 생활을 하며 힘들땐 서로 응원해주고 이끌어주며
좋은 일이 있을때는 함께 기뻐해주는건데 나는 나의 몸된 교회에서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
난 당장 교회를 그만두고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에
친구는 그런 나의 연약함에 마음이 아팠는지 열성적으로 나를 이해해주고 조언해줬다.
고마웠다.
친구는 내가 고맙다는 말을 했을 때 영혼을 장착하고 말하라고 했지만
난 진심으로 고마웠다.
그리고 미안했다. 이유는 그 친구의 열과 성, 성령님의 간구하심으로 나를 돕는데도
나는 그 뜻대로 행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에 미안했다.
그런 그 친구의 노력과 시간, 마음에 대한 미안함이 들었다.
내 마음엔 더이상 셀리더님을 향한 미련은 남아있지않지만
며칠전 늦은 밤, 두달간의 읽씹끝에 받은 그분의 마지막 카톡은 미련을 미움으로 바꿔놓았다.
길길이 날뛰며 화를 내는게 아니라 그냥 가만히 있다가 눈물이 흐른다.
슬픔인지 화인지 내 행동에 대한 후회인지 반성인지
이 화가 나를 향한 화인지 셀리더님을 향한 화인지 불분명한 혼란 그 잡채의 감정을 느낀다.
어느 순간은 그분을 탓하다가 어느 순간은 나를 탓하다가.
말이 길어졌다.
오늘은 신기했다. 오전엔 그 친구로 하나님의 일하심을 느꼈고
오후에도 신기한 일은 교회에서 같이 사역하는 분이 집근처로 이사를 오셨다.
그분과 잠깐 얘기하다가 근래 힘들어서 교회를 옮길지 고민중이라고 얘기를 했더니
소름돋는다며 자기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맞장구를 쳐주시고 자기 집에 와서 얘기하자고 하셨다.
과연 이것 또한 하나님이 사람을 통해 나에게 일을 하시는 걸까.
내가 다 내려놓으려하고 사람으로 힘들어서 고통스러워하니
나를 살려주시려는 하나님의 도우심일까.
확실한건 오늘 오전에 만난 친구덕분에 내일 목사님과 생애처음 일대일 상담을 하기로했다.
불편해서 그런건 하고싶지 않았는데, 친구와 만남후에 교회지하방 기도실에 가 기도를 하는데
조금도 기도가 되지않고 답답해 미칠 것 같았다.
눈물만나고 힘들어서 그냥 앉아있는데 친구가 목사님과 상담을 해보는건 어떻겠냐고 했던
말이 생각났고, 마침 목사님과 어제 메세지 대화를 마칠때 도움이 필요하시면
도와드린다고 하셨던 말에 힘을 얻어서 연락을 하게 됐다.
이것만으로도 이게 하나님이 날 도와주시려고 했던 증거가 아닐까
분명 하나님의 계심을 아는데 난 왜 힘들어할까
성령의 충만함이 있다면 어떤 상처도 꽂히지 않고 흘러내린다는데
난 정말 하나님을 믿긴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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